[영화]그녀(Her)

드디어 고대하던 영화 '그녀(Her)'를 보았다.

타인의 감상평과 주위의 추천만큼 정말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아래 감상평에 영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 예정인 분들은 주의 ^^)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로 살아가는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중으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을 계속 미루어 오고 있다.

테오도르의 직업이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나 외롭고 공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필 편지를 쓰면서도 뭔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 지능을 가진 운영체제를 설치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바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이다.

그녀는 테오도르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감정을 이해하고 발랄하며 긍정적이다.

테오도르는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빠져든다.

영화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실 인공지능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것이 낯설지가 않다.

영화를 보면서 가상 대화상대였던 '심심이'라든지 아이폰의 '시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의 사만다는 조금 더 발전한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일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미래 배경이지만 어찌보면 인공지능을 가진 운영체제를 제외하면 현대와 크게 다르지도 않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너무나도 똑같다.

테오도르의 친구인 에이미도 정말 사소한 이유가 크게 번져서 헤어진다.

사실 그 이유로 헤어진 건 아닐 것이다.

서로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쌓여 가고 사소함이 방아쇠가 된 것일테니.

테오도르 역시 캐서린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왔고

그런만큼 그 시간들을 정말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테오도르의 생각일뿐 캐서린은 다르게 받아들인다.

테오도르가 그리고 바라는 모습을 대입시킨 것일뿐이다.

이런 것은 사만다에게도 적용되는 느낌이다.

사만다는 온전히 테오도르가 바라는대로 성격이 설정된 것 뿐인데

테오도르는 마치 처음부터 사만다가 그런 성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만다가 비록 운영체제이긴 하지만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존재이기도 해서

곧 다른 존재와의 소통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자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 자신만의 사랑법에 대해 테오도르에게 고백하는데

그는 기존 전통적인 사랑법에 매달려 이해를 하지 못한다.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이별뿐.

영화는 가상의 존재와의 사랑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비유로 표현된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야 좋은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사만다의 대사중 '난 자기꺼면서 자기게 아니야'라는 내용이 이를 말해주는 것 같다.

현대에서도 누가 내 옆에 있더라도 그사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영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은 분명 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명랑하고 달콤한 느낌이다.

운영체제를 일반 사람으로 대체하면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 느낌.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다.

굳이 영화 내면을 바라보려 애쓰지 않아도 즐거운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영화 중 다섯손가락 안에 넣고 싶다.

스칼렛 요한슨이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서 많은 호기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목소리가 절묘하게 영화와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은 허스키한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오히려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 느낌을 심어주며 현실감을 일으키는 느낌.

정말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ㅋ

(어쩌면 스칼렛 요한슨이 상상이 되서일지도.ㅎㅎㅎ)

끝으로 혹시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리에게 '안녕 사만다'라고 말해보자.

그러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ㅋㅋㅋ

바로 아래의 스크린샷처럼.

영화의 감동을 줬던 The Moon song

OST를 구매하려고 찾아봤는데 발매를 안한 듯.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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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2014)

Her 

8.5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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