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연·전시

[연극] 엄청난 거짓말쟁이 척척생겨

bluewizy 2008. 10. 18. 12:48


처음에는 단순히 연극에 가까운 공연일 거라는 추측을 하고 갔으나

막상 공연을 보고 나서의 느낌은 뮤지컬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다 생각했다.

비록 음악의 형식이 판소리라는 차이만 있을 뿐...

 

공연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참 재미있는 제목이다라고 생각했다.

머가 그리도 잘 생길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공연을 봤는데

시작 하자 마자 그것은 사람 이름이었다.

사전 정보 습득에 게으른 나의 변명일지 몰라도 시작부터 엄청난 반전이었다.^^

 

시작은 흥겨운 사물들의 연주를 관객석 뒤편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맹인 부부는 전쟁 중에 살아 돌아온 아들을 믿지 못하고 아들임을 증명하라고 한다.

그 아들이 엄청난 거짓말쟁이 '척척생겨'이고

그는 아들임을 증명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삼국통일을 위한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황산벌.

척척생겨는 요리사로써 복무중이다.

병사들은 배가 고프다고 척척생겨에게 아우성...

하지만 먹을 것은 어디에도 없고 고민을 하던 이들은

모기를 잡아서 국을 끓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 맛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병사들은 모기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피하고, 공격하여 백제군을 물리친다.

병사들은 척척생겨 덕분이라고 다들 칭찬하지만 결국 공은 김유신이 다 가져가고

승리 잔치를 벌이던 중 포로로 잡혀서 김춘추의 삼천번째 후궁이 될 예정인 궁궁이라는 백제여자는

김유신의 부당한 대우에 곤경에 처하지만 척척생겨의 위기로 모면하게 된다.

그 밤에 자살을 하려던 궁궁을 말리고 타이르던 둘은 서서히 사랑에 빠져버리지만

이를 발견한 김유신은 척척생겨를 나무에 묶어 버린다.

이제 꼼짝없이 죽게 생긴 척척생겨.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날 방법을 궁리하던 중 산책나온 김춘추를 구슬려 대신 묶이게 한다.

아침이 다가오고 김춘추는 결국 화살에 처형당하고 척척생겨는 궁궁과 귀향하게 된다.

 

줄거리만 봐서는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적절한 유머(소리극이니 해학이 더 어울리려나?^^)와 적소에 배치된 판소리 등이 극의 재미를 더해 줬다.

특히 전문 악사에 의해 연주되는 가야금, 해금, 타악기 등은 극을 더 생동감 있게 해줬다.

효과음 마저도 악기로 표현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중간에 척척생겨와 궁궁의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뜬끔없이 등장하는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기존까지 판소리로 계속 이어져오다 일반 노래는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척척생겨를 연기하신 분이 판소리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노래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극 사이에 관객을 유도해서 소리를 따라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고 흥미 유발에서도 많이 부족해서 하다만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이 부분은 흔히 콘서트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을 맞춰 나가는 것을 연상케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흔히 보기 힘든 형식을 가진 공연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부분이라든지 전체적인 조화에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관람하였고 재미도 있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더 좋은 공연을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막공이라 그런지 아쉬움을 가지고 퇴장하는 배우분들을 보니 그분들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참, 공연 끝나고 나눠준 뻥과자도 참신한 아이디어였고 맜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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