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연·전시

[연극] 미친 키스

bluewizy 2008. 2. 23. 02:09

 

 

2008.02.22(금)

캐스팅

김무열 - 장정. 주인공.

전경수 - 신희. 주인공 여자친구

이얼 - 교수

황선화 - 여동생 은정

모지민 - 사자

난 악마다. 난 지옥 갈 거야. 누가 지옥 가고, 누가 천당가는 줄 알아? 죄가 있고 없고로 가는 거 아냐. 어떤 사람은 따사롭고 화사한 곳이 마음에 끌려 밝은 곳을 찾아가지. 그럼, 거기가 천국이야. 어떤 사람은 그 빛이 너무 눈부시고 어색해. 오히려 구석진 데, 음습하고, 침침한 그곳이 훨씬 내 자리 같고 아늑해. 그래 찾아가면 지옥이야.나처럼 음침한 놈은 그냥 지옥이 편해. 천국은 불편해. 햇빛에 드러난 구더기 꼴이야. 나 스스로 찾아가는 지옥이야. 꿈틀꿈틀... 기어서... 너는 천국이야. 널 보면 밝아서 난 눈이 시려. 편하게 볼 수가 없어. 너와 함께 있으면 난 자꾸 움츠러들고, 잘 해보려다 실수만 저질러. 천국인 너로서야 끔찍하지만 지옥인 나로서는 자연스런 현상이야. 그래서 우린 같이 있기 힘들었을거야. 그런데 그래도 네가 좋은 걸 어쩌니. 널 위해서라도 천국이 되보려했지만 것도 안돼. 그렇담 난 내 스타일로 사랑할 밖에. 내 인생은 지옥이야. 그 지옥으로 널 대할 거다. 너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면서 복수할거다. 미행하다, 다른 남자랑 데이트하면 불쑥 나타나서 아는체하고, 밤마다 전화하고, 니가 하는 일마다 방해하고, 결혼하면, 니들 사는 집에 도청장치하고, 둘이 그 짓 할라치면 전화벨 울려대고, 창문에 돌 던지면서 '재밌니~' 그러고 소리 질러대고, 애 낳으면, 그 놈 쫓아다니면서 몰래 쥐어박고, 욕하고, 놀래키고, 경기들게 만들어주겠어. 넌 못 도망가. 나, 사람 찾아내는 데 귀신이다. 용역회사서 확실하게 배웠지.나 떼낼려면 날 죽이는 게 수다. 지금 여기서 죽여버려. 나중에 죽이려단 나한테 죽어. 아니, 아니, 죽을 수야 없지. 넌 내가 사랑하는 여잔데.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죽을 때까지 쫓아다녀야지. 넌 후회할거야. 내 사랑을 거부한 대가를 치룰거야. 난 악마로 변했으니까. 난 구역질나는 그런 놈이야. 내 추악함을 들켰으니, 다시 날 좋아하길 기대할 수도 없지. 날 버리고 가든 싫어하든 맘대로 해. 하지만 날 무시하진 못할 거야. 난 '히드클리프'처럼 할거다.죽는 날까지 널 괴롭힐 거다. 나도 괴롭겠지. 끔찍하겠지. 난 '히드클리프'처럼 외롭고 황폐해지겠지. 그래도 너랑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그만이야. 그래, 즐거움이다. 널 괴롭히는 건 내 즐거움이다. 끔찍한 즐거움, 미친 즐거움이야.

 

가지 마! 얘기, 아직 다 안 끝났어.

 
 

좋아, 계속해요. 다 들어줄테니 어디 끝까지 말해 봐요.

 

 

다... 지금까지 한 말... 다 거짓말이야... 걱정 마.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나 그 정도 괴롭힐 정열도 없다.
미친놈처럼 복수해대면 너도 끔찍하겠지만 그 이상 나도 끔찍하겠지. 나 그거 감당하지도 못해. 아니, 그런 인생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내. 맘만 굴뚝이지. 니 앞에 나서면 내가 괴로워서 못 견딜판일텐데 뭐... 다신 안 괴롭힐게. 널 깨끗이 포기할게.

그러니 안심하고 잘 살어. 행복해라. 응, 부디, 응?

 

미쳤다는 것과 미치지 않았다는 것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사랑한다는 것과 집착한다는 것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 외로움때문에 미치기도 하고 사랑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차가움, 아픔, 더러움, 집착 등 다른 얼굴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집착,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 역시 사랑이다.

하지만 그도 결국 나와 같은 소심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을 그렇게 집착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무리였나보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듯이 집착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대사에 살짝 붉어진 눈시울.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을 수록 새어나오는 한숨.

항상 웃을수만은 없고 어쩌면 외로움에 지쳐가는 우리의 현실을 느끼게 해준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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